본문 바로가기
20세기 음악

음색 선율과 점묘주의

by sonare 2022. 11. 4.

음색 선율과 점묘주의

 

 

 

 

1. 음색이란?

 

     음색(Tone-color, Timbre)이란 음높이, 음의 길이, 셈여림, 리듬 따위와 관계없이 소리를 발생하는 악기나 사람의 목소리가 각자 다르게 구분되어 청취 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소리의 파동이 동일한 단위시간 동안 같은 진동수와 진폭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소리 파동의 형태가 다르면 다른 색채의 소리로 들리는 것을 뜻한다. 파형은 음정을 결정하는 기본파와 음색을 결정하는 고주파군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를 다시 말하면 기음과 무한한 배음렬 스펙트럼에서 배음이 각기 다른 특정한 강도로 울릴 때 다른 색채의 소리로 전달되는 것을 의미한다.

 

 

2. 음색 선율(Klangfarbenmelodie, Tone-color Melody)


     20세기 서양 클래식 음악에 큰 반향을 일으킨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곡가 아놀드 쇤베르크(Arnold Schönberg, 1874-1951)가 그의 작품 <5 Orchestral Pieces> 중 3번 "Farben"에서 도입한 음색의 대조를 설명하기 위하여 그의 음악이론서적인 <Harmonielehre>(https://en.wikipedia.org/wiki/Harmonielehre)에서 최초로 창조한 언어로, 현대 작곡의 구조적 요소를 구성하는 이론 중 하나이다. 음높이와 음의 길이 따위와 같은 성질의 중요성에 필적할 만하다.
     음색 선율은 멜로디의 구성에 있어 음의 성질 중 하나인 음색의 특성을 활용하여 악기나 인성에서 발생하는 여러 종류의 음색을 단일 음높이 혹은 여러 음높이에 사용하는 작곡 기법이다. 즉 멜로디를 한 음색으로 특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악기가 멜로디를 분할하여 음색과 소리의 질감을 통해 입체감을 더하는 음악 기법이다.
     본 작곡 기법은 20세기 작곡가인 아놀드 쇤베르크에 의해 정의되었다 하여 음색 선율 기법이 20세기에 등장한 것은 아니다.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인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 1862-1918)는 악기의 음색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그의 작품 곳곳에서 음색을 활용한 멜로디 구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다 앞선 시대의 작곡가인 요한 세바스찬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그리고 엑토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1803-1869)의 관현악 작품에서도 음색 선율을 확인할 수 있듯이 음색을 활용한 작곡 기법은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작곡가에 의해 활용되고 발전했다.

 

Claude Debussy - <Prelude a l'apres-midi d'un faune>

 

 

Johann Sebastian Bach - <Cantata "Brich dem Hungrigen dein Brot" BWV 39>

 

 

Ludvig van Beethoven - <Symphony No. 3 "Eroica">, 1st mov.

 

 

Hector Berlioz - <Symphonie fantastique> 中 IV. "Marche au supplice"

 

이미지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Klangfarbenmelodie

 


3. 점묘주의(Pointillism)

 

     점묘주의는 아놀드 쇤베르크의 제자인 안톤 베베른(Anton Webern, 1883-1945)에 의해 고안된 작곡 기법이다. 점묘주의는 본래 미술에서 유래했으며 프랑스의 화가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 1859-1891)가 1880년대 고안한 화격이고 이는 균일한 필촉의 짧은 터치로 선 대신 작은 색점을 찍어 표현하여 색깔과 빛을 표현하여 그리는 방식이다.

 

Georges Seurat - Detail from <Parade de cirque>

 

이미지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Parade_de_cirque

 

 

     음악에서는 음색, 셈여림, 그리고 표현기법인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을 점과 같이 짧은 호흡으로 점묘주의를 표현한다. 기존의 긴 호흡으로 이루어져 있는 멜로디와 달리 짧은 음색의 점 같은 음들로 구성하는 점묘주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고립된 음들의 일시적인 연속처럼 느껴지지만 이러한 음들은 음악적 구조에서 거대한 형태의 색채혼합으로 청취될 수 있을 것이다. 점묘주의 음악은 점묘법으로 그려진 그림의 특징처럼 점과 짧은 선을 통해 선으로 이루어진 것보다 더욱 강렬한 색채의 효과를 창출하여 고도의 섬세한 집중성과 절제성 표현한다.
     안톤 베베른의 음악은 작품 양식에 따라 제1기는 조성 음악(Tonal Music, 1899-1908), 제2기는 무조 음악(Atonal Music, 1908-1924), 제3기는 12음 기법(Twelve Tone Music)으로 총 3기로 나눌 수 있다. 그 중 제3기 12음 기법의 시기에 그는 12음 기법과 점묘주의적 특성을 활용하여 독자적인 음악적 양식으로 발전시켰다. 베베른은 12음렬로 구성된 멜로디를 다양한 음색의 여러 악기로 분할시켜 음색 선율 기법을 실현하였으며 12음 기법의 대위법적 처리 방법을 점묘주의를 활용하여 현대적으로 승화시켰다.
     베베른의 점묘적 수법은 악곡의 모티브 구성을 멜로디와 화성이 아닌 단음 혹은 음색과 같은 보다 단순하고 간결한 음을 소재로 하는 작곡 방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그의 점묘주의 기법은 후에 총렬 음악(Total Serial Music), 구체 음악(구상 음악, Concrete Music)과 전자 음악(Electronic music)따위와 같은 형태로 발전하여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 1908-1992), 피에르 불레즈(Pierre Boulez, 1925-2016), 루이지 노노(Luigi Nono, 1924-1990),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 1928-2007)따위와 같은 다양한 작곡가의 연구와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