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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음악

20세기 음악은 왜 격변하였는가?

by sonare 2022. 11. 4.

20세기 음악은 왜 격변하였는가?

 

 

Arnold Schoenberg in Los Angeles, 1948

 

 

     지난 100년간 예술적 표현 요소, 즉 예술적 자원은 풍부하게 팽창하여 발전했으며 새로운 예술 언어로 인해 현대의 예술 의식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음악은 표현의 방대한 다양성과 함께 20세기 음악을 대변하며, 예술적 직관을 무질서한 소리를 통해 논리와 의미, 아름다움을 부여해 하나의 미적 형태로 창조하여 옮겨 표현하려는 인간의 오랜 세월에 걸친 노력을 가장 선명한 방식으로 나타낸다.

     앞선 문구를 보면 몇 가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음악이란 인간의 예술적 직관을 무질서한 소리를 통해 논리와 의미, 그리고 아름다움을 부여하여 창조하는 예술 활동인데, 20세기부터 등장한 음악은 듣기에 아름답지 않으며, 논리와 의미가 불충분해 보이기도 함과 동시에 그저 무질서한 소리의 연속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서양 클래식 음악을 접할 때, 바로크 시대부터 고전주의 시대를 거쳐 낭만주의 시대의 음악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아름다운 선율과 화성으로 들리는 바로크 시대부터 낭만주의 시대까지의 음악과 유사할 것을 기대하고 20세기 음악을 듣는 순간, 이 음악이 내가 알던 클래식 음악이 맞나 하고 크게 당황하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앞 세대의 음악과 너무 다른 형태의 무언가 단절되고 변화하여 같은 양식의 음악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은 변화의 자체적인 요인뿐이다. 안정적인 시대는 비교적 전통이 힘을 유지하여 새로운 변화를 일구지 않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끊임없이 변화를 겪는 시대가 있는 것처럼 변화의 속도도 시대마다 다르다. 현대 사회에서는 과거 오랜 세월을 거쳐 일어났던 변화들이 한 시대에 급속도로 변화하고 새로이 창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만큼 현대 사회는 급속도로 새로운 요소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음악은 오랜 기간 동안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세대마다 음악가들은 이전 세대의 전통을 계승받아 자신의 새로운 이상과 함께 다음 세대로 전승해왔다. 하지만 20세기로 들어서면서 급격한 사회 변동을 겪으며 새로운 음악 또한 이전의 음악과 완전히 다른 격변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20세기 초기의 청중들은 전통과 역사가 종말을 맞았다고 여겼다.

     전통을 단절시킨 “종말”이라고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작품들은 현대의 위대한 고전 작품으로 평가된다. 그 작품들의 작곡가들은 대가라고 칭해지고, 한때 이해할 수 없는 일로 여겨졌던 기법들은 음악 언어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파격적이고 난해하다 간주되었던 새로운 음악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청중 또한 그에 적응하며 받아들이게 된다.

 

 

     이처럼 음악이 격변하였다 하여 전통이 단절된 것은 아니다.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함에 따라 예술 또한 급격하게 변화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20세기 음악가의 혁명이 아닌 모든 시대의 예술가가 그들의 시대를 표현하려 했던 것과 동일한 예술적 발화이다.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아놀드 쇤베르크(Arnold Schönberg, 1874-1951)나는 혁명가로 불리는 것을 싫어합니다. 내가 일은 혁명도 무정부주의도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태생의 작곡가인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 또한 “나는 혁명가가 아니다. 기존 관습을 벗어나는 것이 혁명이라면 모두 혁명가로 간주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쇤베르크와 스트라빈스키의 발언은 모든 예술가들이 관습이나 규칙을 변화시키는 것이 단지 예술적 새 발견에 대한 즐거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대변한다. 예술가는 행동의 자유를 얻는다는 조건하에 자발적인 한계 내에서 규칙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만약 예술가가 계승받은 규칙에서 벗어난다면 그것은 그 규칙이 더 이상 그에게 의미가 없다 여겨지기 때문이다. 예술가가 규칙을 거부하여 벗어나는 것은 마냥 그 규칙을 소멸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새로운 규칙을 부과하기 위해서이다. 이렇듯 규칙은 변하지만 예술의 불변하는 질서와 법칙의 뿌리는 변하지 않는다.

     새로운 음악이 처음 등장한 시기, 사람들은 왜 작곡가들이 전통을 전승받아 요하네스 브람스(Johaness Brahms, 1833-1897),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따위의 작곡가와 같이 아름다운 선율과 화성으로 구성된 작품을 작곡할 수 없는지 의문을 품었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은 명백하다. 예술가는 삶 자체를 예술로서 표현하니 만큼 삶이 변하듯 예술 또한 변화해야 하는 것이다. 18세기 고전주의 시대 음악가들은 미국과 프랑스의 혁명, 영국의 정치개혁 운동을 경험하며 절대군주제도로부터 민주정치와 자본주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사회를 관통하였고 그들의 예술적 표현 또한 옛 질서를 무너트리고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던 시대상을 반영하였다. 19세기 낭만주의 시대 음악가 또한 프랑스혁명으로 인해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사회, 즉 종교, 기업, 정치적 구속을 받지 않는 개인주의의 자유에 대한 욕구를 그들의 음악 언어로 표현하였다.

     이처럼 요하네스 브람스, 주세페 베르디,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혹은 그보다 더 이전 세대의 작곡가들은 그 시대의 사회와 삶을 음악으로 표현하였다. 아놀드 쇤베르크,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20세기의 격변하는 시대상에 따라 자신이 살고 있는 현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악 언어를 찾고자 노력한 것이다. 선대의 작곡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대표 이미지 출처 - https://www.npr.org/sections/deceptivecadence/

이미지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Arnold_Schoen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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