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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음악

배음과 스펙트럼 음악

by sonare 2022. 11. 8.

배음과 스펙트럼 음악

 

 

 

 

1. 배음이란?

 

     배음(Overtone, Harmonic tone)은 소리의 기본 주파수보다 큰 주파수의 나머지 고조파군이다. 즉 배음은 소리 내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음정을 나타내는 주파수와 함께 진동하여 울리는 여러 주파수의 모음이라고 할 수 있다. "C" 음을 들으면 "C" 음밖에 들리지 않는 것 같은데 그 밖에도 어떤 소리가 들리다니..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는 사실 고른 음(악음, Musical tone)을 청취할 때 들리는 단일한 음정 한 가지만 듣는 것이 아니다. 사실 우리가 듣는 악기나 사람의 목소리인 악음은 우리 귀에 어떤 음높이의 음인지 인지하게 하는 기음과 동시에 정수배 관계의 무한한 음정들이 함께 울려 우리의 귀에 전달된다. 아래의 배음렬 예시를 보면 기음과 그 위의 배음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여러 주파수가 동시에 울림에도 한 가지의 음정으로 들리는 까닭은 음높이를 결정하는 소리인 기음의 주파수가 배음의 음량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배음렬 예시

 

 

     그렇다면 배음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며 기본 주파수 하나만 존재하는 소리로 음악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가 그저 단순한 소리라고 생각하는 여러 악기나 사람의 목소리 따위와 같은 소리는 모두 배음을 포함하고 있다. 기본 주파수를 제외한 나머지 주파수의 고조파군의 음량 차이에 따라 소리 파동의 형태가 변화한다. 파형이 변화하게 되면 같은 음높이의 소리도 달리 들리게 되는 음의 색채적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이 발생한다. 가령 클라리넷, 바이올린, 트럼펫이 같은 "C" 음을 동시에 연주한다고 예를 들면, 우리는 같은 음정의 소리가 동시에 울려도 이 소리가 다른 음색을 지닌 악기들이 함께 연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수많은 배음의 음량 차이로 인한 파형 변화에 의한 소리의 색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고조파군을 제외한 기본 주파수만 존재하는 소리로 음악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같은 음색으로만 이루어진 단일한 소리로 구성해야 하므로 그다지 흥미롭게 청취할 순 없을 것이다. 하나의 색으로 제한된 그림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2. 스펙트럼 음악이란?

 

 

Gerard Grisey

 

 

     스펙트럼 음악(Spectral music, Spectralism)이란 1979년 위그 뒤푸르(Hugues Dufourt, 1943 - )의 출간지에 처음 등장한 용어로, 20세기에 나타난 음악 사조 중 하나이며 소리의 본성과 속성을 중요시하는 소리의 음향적 성질 혹은 소리의 스펙트럼을 기반으로 한 작곡법이다. 스펙트럼이란 본래 물리 용어로 빛을 파장에 따라 분해해 배열한 것, 즉 빛 파동의 강도를 프리즘 분광기 따위를 통해 에너지 주파수 순으로 배열한 것을 의미한다. 음악에서의 스펙트럼은 소리신호의 주파수 성분과 정도를 분석하여 주파수와 소리 레벨의 그래프로 나타내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스펙트럼 음악의 시초는 1970년대 컴퓨터의 발전에 따라 소리 신호에 대한 수학적 분석과 합성이 가능케 되며 소리의 고주파군에 대한 분석과 음향 음악의 연구로 시작되었다. 후에 프랑스의 작곡가인 제라르 그리제이(Gérard Grisey, 1946-1998)와 트리스탕 뮈레유(Tristan Murail, 1947- )와 같은 다양한 작곡가들에 의해 발전하였으며 트리스탕 뮈레유는 스펙트럼 음악을 하나의 작곡 형식으로 국한하지 않고 하나의 미학이라 하였다. 현대의 스펙트럼 음악은 음악적 언어 중 소리의 색채적 요소, 즉 음색을 강조하는 음악을 의미한다. 초기의 스펙트럼 작곡가들은 배음 계열 소리의 사용과 주파수 변조 기술의 활용, 음색에 집중하여 작업하였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펙트럼 음악과 관련된 기술이 더욱 발전하며 스펙트럼 기술을 전통 기술과 혼합하여 작곡하는 방식 또한 채택되었다.

     스펙트럼 음악은 구조와 형식에 의미를 두기보다 소리와 음향에 중점을 두는 음악이다. 음정은 분석한 소리의 고조파군에서 채택하여 활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며 배음의 특성으로 인한 미분음(Microtone)의 사용이 특징적이다. 미분음이란 반음(Semitone, Halftone) 보다 작은 간격 사이에 존재하는 음정을 의미한다. 소리와 음향 분석을 통해 각 악기에 소리를 배치하는 오케스트레이션 방식과 전자음향으로 이루어진 요소를 재구성하는 방식, 주파수 변조(Frequency modulation), 진폭 변조(Amplitude modulation), 셰퍼드 톤(Shepard tone), 차음(합성음, Combination tone)과 같은 심리음향학적 요소* 또한 음악적 재료로 적극 사용한다.

     스펙트럼 음악은 시간의 축소 혹은 연장을 통해 발생한 프로세스를 구조적 특징으로 한다. 프로세스 음악(Process music)이란 음고와 리듬을 통해 음표를 선택해 배열하는 음악을 이르며, 이는 제한된 음고와 리듬이 긴 시간 동안 변화하는 과정(Process)을 특징으로 한다. 미니멀리즘 작곡가인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 1936 - )는 프로세스 음악을 작곡의 과정이 아니라 과정 자체인 음악이라 칭했다. 이처럼 프로세스 음악은 멜로디나 리듬과 같은 요소를 음악적 동기로 사용하여 발전하는 방식이 아닌 음정과 리듬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을 강조하는 음악이다. 이러한 특징은 스펙트럼 음악과 미니멀리즘 음악(Minimal music)이 동일한 구조적 관점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스펙트럼 음악은 소리와 음향을 분석하여 음악의 재료로 하여 음높이와 리듬을 특정하여 시간의 흐름 속에 배치하는 음악이다. 스펙트럼 음악에서 기술과 구조는 음향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부수적 수단이며, 선율, 리듬, 화음 따위의 요소가 아닌 음의 색채와 소리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가치와 의미를 중점적으로 탐구하는 미학적 수단이자 음악적 표현 방식이다.

 

* 심리음향학 - (https://en.wikipedia.org/wiki/Psychoacous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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